'쉼보르스카'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11.15 모래 알갱이가 있는 풍경
요즘은 잠이 안 올 때면, 유숙소에서 빌린 책을 읽다가 잠이 든다.
일반서적도 있지만, 시집도 가끔 읽고 잠을 청하곤 한다.

쉼보르스카라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 시인이 쓴 시집인데, 쉼보르스카의 시들은 보통 '시'하면 떠오르는 운율이나 감성적인 표현 보다, 마치 세상의 사물을 매의 눈으로 꿰뚫어 보는 듯한 필체가 많은 것 같다.  수상연설문 중 "진짜 시인이라면 계속 자신한테 '나는 모르겠어'를 되풀이 해야한다"라는 문장처럼 끊임없이 관찰하고 겸손함이 느껴지는 시들이다.

아래의 '모래 알갱이가 있는 풍경'은 시집의 제목에도 있는 그녀의 대표작이다.

-
우리는 그것을 모래 알갱이라 부르지만

그에게는 알갱이도 모래도 아니다

그는 이름이 없어 만족스럽다

보편적인, 특별한,

스쳐지나가는, 오래 남는,

잘못된 것이든, 적당한 것이든.

 

우리가 보건 손대건 그에게는 아무 상관도 없다

만져지든, 보여지든 느끼지 않는다

창턱에서 떨어졌다는 것은

우리의 일일 뿐 그의 고난은 아니다

어디에 떨어지든 그에게는 똑같다

벌써 떨어졌는지, 떨어지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한 채.

 

창으론 아름다운 호수의 풍경,

그러나 그 풍경은 자기를 못 본다

색깔없이, 형태없이

소리없이, 향기없이

이 세상에서 그에게는 아픔도 없다

 

호수바닥한테는 바닥이 없고

기슭에게는 기슭이 없다

호수물은 젖지도 마르지도 않았고

작지도 크지도 않은 돌 둘레에

스스로의 물결 치는 소리에

귀먹은 파도는 낱개도 여러개도 아니다

 

태양이, 지지 않으면서 지고

알아채지 못하는 구름 너머 숨지 않은 채 숨어 있는,

본래 하늘 없는 하늘 아래 모든 것.

 

분다는 이유 외에는 아무런 다른 이유없이,

바람이 구름을 몰고 다닌다

 

일 초가 지나가고

두 번째 초

세 번째 초

그러나 그것은 오직 우리의 삼 초일 뿐.

 

중요한 소식을 가진 사자 같이 시간은 급히 달려갔다

하지만 그건 우리의 비유일 뿐.

그의 서두름이 불러일으킨, 상상의 인물,

그리고 비인간적인 소식

Posted by 뉴베베